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일상 전반에서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보편화되면서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는 가속화되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많은 이가 가까운 위치에 있는 약국의 마스크 재고 현황과 선별진료소 위치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긴급 재난 지원금을 신청했을 뿐 아니라 특히 집 근처에 병원과 약국이 없는 이들은 스마트폰의 앱을 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편리함을 경험했다. 그러나 노년층은 예외였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낮은 노년층은 그 편리한 일상에서 소외되어 정보 불균형을 마주했다. 노년층의 디지털 정보 격차는 단순한 격차에서 끝나지 않고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한 논문에 따르면*, 디지털 활용 능력이 낮을수록 노인들은 자기효능감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고, 낮은 자기효능감은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검증됐다. 즉 디지털 접근성은 건강, 자기효능감, 이동성, 사회참여 등 여러 측면으로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 사회적 격차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다면적으로 디지털 접근성 방안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 최형임, 송인욱. (2020). 노인의 디지털 정보활용능력과 삶의 만족도의 관계에서 자기효능감의 매개효과 분석.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
노년층의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또한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2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고령층은 4대 정보 취약계층에 속하며 그중 고령층은 디지털 정보화 접근, 활용, 역량 면에서 종합적으로 정보 취약성이 가장 낮다. 하지만 정보 소외계층을 위한 접근성의 개념이 아닌, 디지털을 이용해 신체적·정서적·사회적으로 보다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디지털 에이징’의 관점으로 노년층의 디지털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로 디지털 교육을 꼽는다. 물론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개인 문제 해결 차원의 방안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디지털 접근성의 저해 요인과 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를 사회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좁은 자간과 작은 글씨,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 표기, 복잡한 정보 구조, 빠른 시간 내에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교육은 미봉책일 뿐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2020년 서울디지털재단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실제 노년층 당사자는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희망 정책 중 노년층이 이용하기 편한 인터넷 개발을 1위로, 고령층 대상의 디지털 서비스 활용 교육을 2위로 꼽은 바 있다. 또한 디지털 서비스 개선 방향으로, 단순하고 알기 쉬운 화면 구성, 서비스 이용 절차 간소화,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 이용 편리성 제고를 선호했다. 디지털 교육뿐만 아니라 시스템과 디자인 개발을 통해 노년층이 사용하기 편리한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 정보통신기술(ICT)을 잘 사용하며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
저시력자와 노안이 있는 이의 경우, 수정체가 덜 투명해지는 현상으로 인해 어둡게 인식하거나 미세한 색의 차이를 식별하기 어렵다. 때문에 서울디지털재단은 글자와 배경 간 명도, 색상 대비가 명확해야 함을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의 지침으로 삼기도 했다. 카카오는 저시력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카카오톡 내 고대비 테마 서비스와 PC 버전의 돋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왼쪽에 있는 기본 테마는 친구 목록에서 선택된 항목을 노란색으로 표시하고 있어서 저시력이나 노안이 있는 경우에 선택 상태를 알기 어려웠다. 반면에 오른쪽에 있는 고대비 테마는 선택된 항목이 검은색으로 표시되어 기존의 노란색보다 인식하기 쉬운 상태다. 그런데 정보 접근성이 낮은 사용자가 고대비 테마라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해당 테마를 별도로 적용하지 않아도 모두가 최소한의 상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란색 원형과 검은색 기호의 디자인으로 기본 테마를 변경했다. 고대비 테마는 저시력자나 노안이 있는 노년층에게만 용이한 디자인이 아닌 모두에게 용이한 디자인이라는 카카오톡 디자인 부서의 판단이었다.
또한 카카오톡 음성 메시지 글자 변환 기능이 있다. 70세 이상 노년층의 20% 이상은 난청을 경험하고, 배경 소음이 있는 경우에는 음성을 통한 문장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때문에 카카오톡은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의 디지털 접근성 강화를 위해 아이폰 카카오톡 앱 내에 음성 메시지를 글자로 바꿔주는 기능을 도입했다. 해당 기능은 1분 이내의 카카오톡 음성 메시지를 대화창에서 즉시 글자로 변환해주는 기능으로, 난청을 겪는 노년층과 시각 장애인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들이 불편함 없이 음성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검색창 자동 완성 기능, 개인정보 인증 시 시간을 연장하는 기능은 노인뿐만 아니라 모두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손 떨림 증상을 겪거나 정교한 기기 조작이 어렵고 잦은 실수를 경험하는 것은 비단 연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노인에게 편리한 디자인이 곧 모두에게도 편리한 디자인이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야구 관람표를 구매하지 못했던 한 고령의 야구팬은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까. 스마트폰 화면 위에서 멈칫거린 손가락, 매표소 앞에서 머뭇거린 발걸음을 상상해본다. 예매의 모든 과정이 장벽으로 다가왔을 야구팬의 경험은 ‘편리한 디지털화는 과연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접근은 ‘가까이 다가감’을 의미하는 단어다. 사용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개인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할 때 겪는 불편함을 공감할 때 우리는 모두에게 편리한 일상에 한층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공감이 더해진 디자인을 통해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지 않는 일상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