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20세기 그리고 21세기에 이르기 까지 각 세기마다 올림픽을 치른 도시인 파리에서 열린 이번 파리 올림픽은 여러모로 특별한 올림픽이었다. 1924년 파리 올림픽 이후 100년만에 다시 파리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이다. 프랑스 혁명으로 탄생한 프랑스 공화국의 표어인 자유, 평등, 연대/우애'(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와 2024 파리 올림픽의 슬로건인 "완전히 개방된 대회 (Games Wide Open)" 즉, 평등을 잘 보여주는 올림픽이었다. 평등의 가치는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원칙 중 하나로, 모든 개인이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 평등은 사회적 공정을 가능하게 하고, 불공정과 차별을 줄이며,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평등은 민주주의의 초석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구의 공존과 사회 발전에 필요한 사회적 연대와 협력을 촉진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리 올림픽 위원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 표어의 가치를 강화했다. 여성들이 최초로 참여했던 올림픽은 파리 만국 박람회와 함께 열렸던 1900년 파리올림픽이다. 그로부터 124년이 지난 올림픽은 올림픽의 성평등을 표방해 최초의 남녀 출전 선수 비율이 같은 올림픽으로 각 5250명 총 1만 500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남녀 혼성 경기 종목을 늘리고 참가국에 남녀 선수 비율을 비슷하게 맞출 것을 요청한 결과이다. 개막식에서도 프랑스를 만든 10명의 여성들(올림프 드 구주, 앨리스 밀리아트, 지젤 할리미, 시몬 드 보부아르, 폴레트 나르달, 잔느 바레, 루이즈 미셸, 크리스틴 드 피잔, 앨리스 가이, 시몬 베일)을 소개하면서 프랑스 역사 속에서 역사의 진보를 위해 활약한 여성들을 기리며 그들의 동상을 등장시켰다.
기회의 평등도 있었다. 완전히 개방된 대회에 맞게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최초로 경기장 밖에서 개최되고 일반 대중들에게 표를 사지 않아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상류의 센강 둑에서 22만 2천 명의 관객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하류 강둑에서는 10만 4천 장의 유료 티켓이 마련되었다. 이 티켓의 수는 코로나로 인해 관객이 참여할 수 없었던 도쿄올림픽을 제외하고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런던올림픽이 각각 8만여명이 개막식 관객이었던 것과 비교해 4배나 많은 숫자이다. 이는 올림픽 역사상 많은 수의 관중이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 개회식을 관람할 수 있는 첫 번째 사례이자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개막식으로 평등한 올림픽의 포문을 성대하게 열었다.
이렇게 성대한 포문이 열린 파리 올림픽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포용적 올림픽을 지향하며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UD)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러한 도입은 경기를 관람하는 모든 사람,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어린이 등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를 반영한 공간 및 서비스 설계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파리 올림픽의 주요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사례를 알아보자.
유니버설디자인의 7가지 주요 원칙은 1. 모든 사람들이 차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제공 2. 사용자의 다양한 상황에 맞춰 사용 방식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 3. 시설이나 시스템을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사용 4.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다양한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 5. 잘못된 사용이 발생하더라도 큰 위험 없이 안전하게 사용 6. 큰 힘이나 불필요한 힘을 들이지 않더라도 시설을 이용 7. 시설 내 접근로, 통로, 좌석 등은 다양한 신체 조건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크기와 공간을 제공이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을 준비하는 국가들에게 요구하는 사항도 이러한 유니버설디자인의 7가지 주요 원칙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전 대회인 도쿄올림픽의 경우 도쿄 메트로와 JR(일본 철도)는 올림픽을 위해 150여 개의 지하철역을 휠체어 접근 가능하도록 개조하고, 저상버스를 도입했다. 94%의 지하철역은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도록 개선되었다. 국립 경기장과 아리아케 아레나 등 올림픽 경기장은 경기장당 100개 이상의 휠체어 접근 가능한 좌석으로 설계되었다. 경기장 내에서도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좌석비율 확대 및 점자안내판과 음성안내서비스를 설치하여 시각 및 청각 장애인의 접근성을 크게 개선하려고 했다. 또 휠체어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약 3,200대의 JPN 택시를 도입했다.
그렇다면 파리는 보다 평등하고 차별없는 대회의 슬로건에 맞는 완전히 오픈된 대회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을까? 우선 가장 중요 시설인 경기장의 경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평하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공간 확보 및 경사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있으며 휠체어 사용자 전용 좌석을 설치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경기장을 제공해야 한다. 휠체어 사용자가 편안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통로의 폭은 최소 1500mm이상이어야 하고, 급격한 경사로 인해 휠체어의 불편을 줄이고 보다 쉽게 오르기 위해 수평 거리 12인치(30.5cm)마다 1인치(2.5cm)씩 경사를 적용한 1:12의 경사가 권장된다. 완만한 경사면 덕분에 휠체어 사용자들은 무리없이 다양한 시설을 이동할 수 있다. 또한 경사로와 계단 양쪽에 설치 및 경사로 표면에서 86~97cm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경기장 내 휠체어 지정 좌석이 전체 좌석의 1% 이상이 되어야 하며 한 곳에 모아 놓는 것이 아닌 분산되어 다양한 시야각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교통에서도 평등을 이루고자 했다. 프랑스 정부는 특히 이번 파리 이동에 관한 영역에 특히 집중했다. 항공 분야의 경우, 프랑스의 국책항공사인 에어프랑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정보 및 예약 지원 서비스인 SAPHIR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동성을 높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항까지 이동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공항 도착 후에도 자유 통행증을 발급해 체크인과 수속시간을 줄여 우선 탑승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차의 경우 1000여개의 역과 환영 구역에서 장애인의 탑승 및 이동을 돕고, 휠체어 사용자는 SNCF(프랑스철도청)열차에서 전용 공간에 탑승할 수 있도록 하며, 이 좌석은 열차당 평균 2개 정도 배치되어있다.
또한 프랑스는 이동을 계획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SNCF 공식 사이트(garesetconnexions.sncf)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프랑스 전역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작동 상태를 해당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리 올림픽은 경기장까지 이동을 위해서 다양한 대안들을 제안했다. 일드프랑스교통공사(Île-de-France Mobilités)는 휠체어 이동자를 위해 200대의 전용 셔틀 서비스를 제공해 이동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이 파리 주요 역과 경기장이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택시의 수를 250대에서 1000대까지 늘려 이동권을 보장하고자 했으며, ‘역에서 도움(Assist'enGare)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사용 신청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보 제공에 있어서도 시각 청각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점자 표지판, 음성 안내, 자막 서비스 등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이 중 표지판은 표지판, 숫자, 그림 문자, 텍스트, 색상 및 기호를 포함한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포함한다. 관중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압축적이지만 명료한 표지판이 필요하므로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일드프랑스교통은 새로운 표지판을 만들어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설계하고 일드프랑스교통공사과 운영사인 파리교통공사(RATP) 및 프랑스철도청의 운송에 맞게 조정한 이 표지판은 분홍색을 주색으로 사용했다. 분홍색은 즐겁고 낙관적이며, 강렬하고 단호하며 약간 도발적인 색으로 이번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상징할 수 있으며 프랑스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주최측에서 설명했다. 또 파리올림픽의 대다수의 경기장이 주요 관광지 및 건축물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경기장을 단편적이거나 고립된 방식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닌 유산적 본질을 포착하고 전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까미유 이브넥(Camille Yvinec), 파리올림픽 아이덴티티 디렉터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생깡땅 앙 이블린 벨로드홈(Saint-Quentin en Yvelines Vélodrome)은 독특한 특성과 도시 경관과의 통합을 강조하는 각도에서 표현되었고 엥발리드(Les Invalides)는 경쟁이 인접한 에스플러네이드에서 진행되더라도 상징적인 돔으로 상징되었다.
다른 주목할 만한 지점들을 살펴보자면, 올림픽은 그동안 비싼 티켓값 및 암표로 인해 모든 계층에게 균등한 관람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파리올림픽은 실질적으로 대회 슬로건인 완전히 개방된 대회를 실천했다. 개회식은 센강에서 진행해 보다 많은 관중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다른 대회들과 달리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는 최초로 22만 2천 명의 관객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으며 준비된 유료 티켓 수의 2배가 무료로 제공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올림픽 관람을 장려 및 보장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에서는 400,000장 이상의 티켓을 구매하여 배포하였다. 258,800장의 티켓은 프랑스 본토와 해외의 모든 중고등학생들에게 전달되었으며 일부 아동 복지의 보호를 받거나 휴가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소외 청소년 계층에게 전달되었다. 100,100장의 티켓은 스포츠 운동 자원봉사자에게 제공되었고 그들의 헌신과 노력을 인정하기 위해서였다. 17,400장은 장애인 및 보호자에게 전달되어 장애인의 사회 생활 통합을 보장하고자 했다. 나머지 24,920장의 티켓은 이번 파리올림픽 준비 및 진행에 직접 관련된 카테고리 B, C 공무원에게 전달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올림픽 최초로, 선수들을 위한 보육원을 제공했다. 도쿄올림픽 때는 올림픽 선수촌 경계 바로 밖에 있는 방이 선수촌 근처에서 어린 자녀를 둔 선수들이 아기를 돌볼 수 있도록 마련된 유일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이마저도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파리올림픽에서는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 파리 2024 조직위원회와 P&G의 자사 Pampers가 협력하여 이러한 보육 시설이 마련했다.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올림픽 빌리지 플라자의 비주거 지역에 위치하며 게스트 패스가 있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었고, 고품질 기저귀와 물티슈를 제공하는 동시에 놀이 시간과 가족 유대감을 위한 공간도 제공했다.
2024 파리올림픽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누구나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포용적인 대회를 약속했다. 경기장과 교통 시스템, 그리고 정보 제공 방식에 이르기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없이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법 등이 도입되었다. 더 나아가 올림픽 개막식 및 올림픽 무료 티켓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파리 올림픽은 진정한 의미의 개방된 대회로 평등을 실천했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은 앞으로 올림픽이 나아가야하는 방향을 정해주었으며 하나의 단순한 스포츠 행사로 남는 것이 아닌 평등의 가치를 환기시키고 나아가게 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