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오후 4시, 데스커라운지 홍대에서 '누구나 누리는 아름다운 삶을 위한 끝없는 도전'이라는 주제로 UD세미나x기업이 진행되었다. 데스커, 더퍼스트펭귄,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기업의 사례에서 사람, 공간, 라이프스타일 등 일상에 녹아 있는 공공과 기업의 유니버설디자인 사례와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유니버설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공간 기획자, 제품 디자이너, 기업 실무자,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기업들이 유니버설디자인을 반영하기 위해 하고 있는 치열한 노력과 고민의 기획 과정을 들었다.
첫 번째 토크 주자로는 데스커 유효영 팀장이 나섰다. 유효영 팀장은 '모두 가능성 앞으로'라는 주제 아래 워크 앤 라이프스타일 가구 브랜드인 '데스커'의 제품과 공간 디자인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983년 가구 브랜드로 시작한 데스커는 국내 최초의 가구 연구소인 스튜디오 원(STUDIO ONE)을 운영하며 심미성과 사용성이 모두 높은 사용자를 위한 가구를 제작해 왔다. 각자의 체형이나 건강 상태에 맞춘 가구, 아이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 등 '이유 있는 디자인'을 가진 가구를 만들었다. 이전에는 대량 생산에 맞춘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다양한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
데스커는 그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데스커라운지'라는 공간을 기획했다. '데스커다움'이라는 고민 끝에 닿은 목표다. 주로 사무용 가구를 만들었던 데스커는 90년대 이후 사람들이 다양하게 일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특히 처음 막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데스커가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렇게 탄생한 데스커라운지는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영감을 찾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거기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 책상 앞에서 각자의 가능성이 무한히 피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데스커의 존재 이유다. 데스커라운지는 상대적으로 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11월 데스커라운지 대구를 오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간과 브랜드를 만드는 디자인 스튜디오 '더퍼스트펭귄'은 데스크라운지를 디자인했다. 이어 연사로 나선 더퍼스트펭귄 최재영 대표는 데스커의 브랜드 철학과 더퍼스트펭귄의 공간 디자인 철학을 합친 데스커라운지를 만들게 된 과정을 나눴다. 더퍼스트펭귄은 공간의 '경험'에 집중한다. 고객에 맞춘, 브랜드의 내러티브를 살린, 매력적인 콘텐츠를 가진, 오감 경험이 가능한 공간을 만든다. 데스커라운지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지역 조사였다. 지역 고객 중심의 살아있는 콘텐츠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가진 창작자들이 많은 마포구에서 그들이 몰입하며 머물 수 있는 경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거기에 데스커의 브랜드 철학을 더했다. 시작과 성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몰입과 집중이라는 데스커의 브랜드 철학을 담은 미학을 디자인에 적용해 공간의 경험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이 각자의 작업에 심리적으로 편한하게 몰두할 수 있으면서도 함께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는 데스커라운지의 빅데스크, 편안한 느낌을 주는 벽과 바닥 디자인에 그 모든 시선이 닿아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디자인을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목표를 향해 디자인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배리어프리 공간이 탄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자타공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아모레퍼시픽 크레이티브 전략팀 천나리는 기업에서 진행한 다양한 유니버설디자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브랜드의 핵심은 '뉴뷰티(NEW BEAUTY)'다. 단순히 외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모두의 다양한 아름다움이 빛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접근성 향상과 사용성 개선이 그 핵심이다.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 전략팀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이 마트에 가서 점자 표기된 제품을 찾아 고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한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당사의 제품만이 아니라 원래 쓰던 제품이나 사고 싶은 제품을 살 때도 문제가 없도록 키트를 제작했다. 장애의 정도가 다양한 시각장애인들에게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 개발에도 힘을 썼다. 뿐만 아니라 비문해자(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를 위해 업계 최초로 뷰티문해자(beeuty-literacy) 개념을 적용해 모든 문해력을 포용하는 직관적이고 간결한 디자인, 비문해자의 인지구조를 반영한 디자인을 개발했다. 개발에는 위드림이라는 아모레퍼시픽 그룹 자회사의 장애인들이 함께 개발에 참여해 전달력을 높이고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성 개선을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이어갔다. 장애 정도에 따라 사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의 디자인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그중 하나였다. 일반인은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장애가 있으면 특정 용기는 사용이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적은 힘, 최소 사용 단계만으로 용기를 열 수 있도록 열심히 테스트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위드림의 업무 공간뿐 아니라 휴식 공간을 개선할 수 있는 위드림 스페이스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제품뿐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근무자들의 환경에도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 위해서다. '뉴 뷰티 포 올(NEW BEAUTY FOR ALL)'이라는 아모레퍼시픽의 가치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어 토크 프로그램이 모두 종료된 후, 연사자들과 참여자들이 함께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공간 디자인에서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디자인을 할 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아이디어를 확장해 가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디자인을 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오갔다. 기업이 하는 일과 직업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구체적인 제품 디자인의 기획 과정과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답이 이루어졌다. 수많은 의미 있는 질문과 고민을 거치다 보면, 이전에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무한한 가능성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가능성은 새로운 디자인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는 것. 그러한 의미를 나누며 라운드테이블이 종료되었다.
데스커가 생각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은 한정 짓지 않는 것, 더 나아가 가능성을 막고 있는 경계들을 넓히는 것입니다. 저희가 전달하고 싶은 가치는 ‘성장’인데, ‘이것이 성장이야’라고 한정하기보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도를 경험 하도록 도우면서 그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싶습니다. 책상 앞에서의 시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가능성을 찾아 성장하도록 데스커의 제품과 경험을 디자인 해나가겠습니다.
사용자들이 물리적, 정서적 차별을 겪지 않게 해주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타겟을 명확히 한다는 이유, 매력적인 디자인을 만들겠다는 목표, 문제해결 관점의 디자인이라는 이유로 디자인이 차별에 앞장서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유니버설디자인이란 디자인 타겟, 목표, 관점에 앞서 디자인의 과정과 결과물이 누군가의 희생 또는 차별을 초래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태도를 담고 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이란 '아무 일 없는 일상'일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우리는 큰 불편감 없이 살아갑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일상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끼고, 매번 좌절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게 불편한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며 매일 자연스러운 일상을 살고 있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영역인 것 같아요. 유니버설디자인이란 누구든 아무 일 없는 일상,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