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수요일, UD 세미나 ‘모두를 위한 디자인, 디자이너의 생각법’이 서울디자인창업센터에서 열렸다. 이로베 디자인의 이로베 요시아키 대표와 마음 스튜디오의 이달우 대표가 연사로 나서 사람을 중심으로 일상의 모습을 바꾸는 유니버설디자인 사례와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간 디자이너의 철학과 고민을 나눴다. 유니버설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 제품 개발자 등 약 100명의 인원이 자리해 강연을 듣고, 열띤 질문을 던졌다. 세미나는 차세대 청년 디자이너들의 활발한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플랫폼인 서울디자인창업센터에서 진행되어 그 의미를 더했다.
첫 번째 세미나에서는 오사카 메트로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이로베 디자인(IROBE DESIGN)의 이로베 요시아키 대표가 연사로 나섰다. 이로베 요시아키 대표는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그리고 디자이너의 생각법’을 통해 훨씬 범위가 넓고 다양한 유니버설디자인 사례를 소개하고, 진정한 유니버설디자인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볼 기회를 제공했다.
이로베 요시아키 대표는 유니버설디자인은 공공 프로젝트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규정되고 정해진 포맷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독특한 개별성과 기능성을 접목한 디자인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디자인과 사용자의 관계성을 잘 파악하고, 그 관계의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해 정서와 기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디자인을 말한다. 그렇기에 공공성을 가지기도, 개별성이 돋보이기도 한다.
이로베 요시아키 대표는 이어 오사카 메트로 디자인, 스카가와 시민교류 센터 테테(tette)등 이로베 디자인의 대표작들을 소개하며 리서치부터 실제 완성까지 전 제작 과정을 세밀하게 소개했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받아들여 디자인을 하되 수많은 사례 리서치를 통해 공공성과 개별성을 모두 획득하고, 실제적인 경험 부분에서 사용자들에게 기능적·정서적으로 모두 만족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진정한 유니버설디자인을 실현한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마음 스튜디오 이달우 대표는 ‘배려하지 않는 디자인, 그리고 디자이너의 생각법’이라는 주제 아래 자신이 생각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진짜 의미를 참여자들과 나눴다.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마음 티백'으로 이름을 알린 마음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 관한 철학을 들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달우 대표는 마음이 담긴 디자인을 위해서는 이해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억지로 타협하지 않고 고유한 온도를 살린 디자인은 오히려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그 목소리를 담은 디자인은 포용성이 훨씬 높다. 그렇기에 언뜻 듣기에는 독단적인 것 같은 '배려하지 않는 디자인', 즉 디자이너의 고유한 철학과 시선을 담은 디자인은 역설적으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된다.
그 예시로 이달우 대표는 앰네스티, 해비타트와 함께 한 여러 디자인 작업물을 공유했다. 다양성, 포용, 연대 등의 가치를 독특하고 재치 있는 방식으로 모두에게 쉽게 전달하는 디자인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짚어볼 수 있었다. 결국 유니버설디자인이란 어떤 목표를 위해 깎고 맞춘 디자인이 아닌,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도와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디자인이다.
세미나가 모두 종료된 후에는 참가자와 연사자가 함께 자유롭게 질문을 주고받으며 대화할 수 있는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다. 참여자들은 유니버설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 실제 디자인 작업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 디자이너로서의 실제 의견 조율 사례, 아이디어 디벨롭 과정 등 주로 창작자의 입장에서 유니버설디자인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이어 연사자에게 궁금했던 점이나 프로젝트에 관한 추가 질문 등 자유로운 대화가 오가며 질의응답 시간이 마무리되었다.
‘다양한 사용자에게 맞춘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어떤 디자인이라고 한정 지어지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공공성과 개별성의 조화 속에서 그 가치와 효용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디자인이 유니버설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충분한 고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생략되면 좋은 유니버설디자인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유니버설디자인이라면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용자의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사카 메트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모두의 필요, 즉 오사카 지하철을 표시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잘 수행합니다. 로고와 색상이 눈에 확 들어오고 알아보기가 쉬워 오사카의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도움이 되죠. 오사카 메트로 디자인은 거기서 더 나아가 도시의 독특한 분위기와 개성,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확실히 각인된, 그리고 사랑받는 디자인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개념보다는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지에 집중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다 보면 모두를 위한 의미 있는 디자인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마음’입니다. 결국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 거기서부터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멋있고, 세련되고, 이런 것만이 디자인이 아니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하는 게 유니버설디자인인 것 같아요.
이타적인 사고입니다. 나 말고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이죠. 그건 인간의 필수 덕목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차가운 머리에서 나오는 이성적인 사고도 필요하지만, 풍부한 감정에서 나오는 이해와 경험이 결국 유니버설디자인을 위한 핵심이 됩니다.
디자인을 통해 이야기가 시작되고, 진행되고, 끝을 맺는 그 과정에서 ‘이해하는 마음’이 잘 담기는지 좀 중요하게 살피는 편입니다. 유니버설디자인이란 결국 누군가를 이해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결국 디자인과 경험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을 만들기 때문이죠.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그리고 이야기가 담긴 따뜻한 경험을 만드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포용성 있는 디자인을 만드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렌드나 개념만으로 접근하면 어려울 수 있어요. 유니버설디자인을 지향한다면 기존에 불편했던 점을 해소하고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것들을 알리기 위해, 그래서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따뜻함이 있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가장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