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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을 위한 문화콘텐츠 서비스가 있다고?

(사진: 오롯 플래닛 최인혜 대표. 최인혜 대표가 들고 있는 것은 영화 촬영 시 사용하는 슬레이트다.)
청각장애인들의 문화 콘텐츠 향유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배리어프리 자막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오롯 플래닛’이다. 오롯 플래닛은 영화, 영상, 공연과 같은 문화 콘텐츠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을 입히고, 온/오프라인 배리어프리 행사를 개최하며, 배리어프리를 주제로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는 사회적 기업이다. 가을바람이 코끝을 스치던 9월 어느 날, LG 소셜 캠퍼스에서 오롯 플래닛의 최인혜 대표를 만났다.
‘오롯: 영화를 읽는 사람들’에서 ‘오롯 플래닛’으로 회사 이름이 바뀌었어요. 바뀐 이름에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궁금합니다.

‘오롯: 영화를 읽는 사람들’은 책을 읽듯이 자막을 읽어서 청각장애인들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회사명을 바꾼 까닭은 사업 확장 측면에서다. 우리가 다루는 자막 제작 영역이 영화에서 유튜브, 연극, 뮤지컬 등 시각 문화 콘텐츠 전반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배리어프리 콘텐츠 상영회, 배리어프리 콘텐츠 기획과 자문, 배리어프리 사회공헌 사업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다 보니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또 우리 활동에 동참해 주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라는 의미도 담고 싶었다.

오롯 플래닛이라는 회사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공감대를 만드는 곳’이다. 오롯 플래닛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시간을 추구한다. 언젠가 오롯 플래닛이 주최하는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회마다 참석하는 청각장애인 관람객에게 행사 참여 이유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다. 그분은 이 자리에서 자신감을 얻어간다고 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인 나를 싫어하거나 무시할 거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모든 비장애인이 자신을 무시하지는 않는다는 것뿐 아니라 되레 장애인에게 우호적인 비장애인도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 반대급부로 생각하면, 비장애인 역시 장애인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 막연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 있지 않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서로가 그저 옆에서 같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임을 느끼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이 양쪽 모두에게 변화를 불러오는 것 같다. 오롯 플래닛이 기꺼이 맡고 싶은 역할이다.

배리어프리 서비스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도 뮤지컬과 연극에 관심이 많아서 주변 사람들과 같이 가서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 문화 콘텐츠야말로 내가 세상을 만나는 가장 즐거운 방법이기도 하고. 이 사실을 깨닫고 났더니 내가 즐기는 문화 콘텐츠를 타인과 함께 즐기는 방법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됐다. 그 생각이 끝내 베리어프리로 닿았다. 장애인에게 문화 콘텐츠는 향유 대상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지만 누군가는 쉽게 누릴 수 없는 불균형을 맞추고 싶었다.

배리어프리 정착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저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자막 제작 봉사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 왔는데, 지금까지 천 명이 넘는 봉사자들이 함께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배리어프리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단 몇 분짜리 대화를 자막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이 즉각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오롯 플래닛이 꿈꾸는 것은 배리어프리의 개념을 명징히 아는 사람들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데 있다. 씨앗이 퍼지는 개념 같은 거다. 만약 오롯 플래닛의 자막 제작 봉사 프로그램에 게임 개발자가 참여했다면, 게임 콘텐츠의 자막 서비스가 고려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 것처럼 말이다.

오롯 플래닛의 서비스를 유니버설디자인 측면에서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유니버설디자인, 배리어프리, 인클루시브 디자인 등 개념은 그 방향성이 유사하다. 오롯 플래닛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바 역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장벽 없이 연결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제약 없이 사용하는 것을 고안한다’라는 유니버설디자인의 목표와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문화로 연결하고자 한다. 문화적 소외가 사회적 소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영화 〈기생충〉이나 〈미나리〉가 전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아 화제였다. 누군가는 이 영화들이 재생되는 것을 통해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 자막 서비스 등 부수적인 도움이 없으면 콘텐츠를 향유할 기회를 놓친다. 세상이 모두 이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지만, 이들은 대화에 끼어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동시대의 콘텐츠를 동시에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소통이고, 사회와 연결되는 과정 아닐까. 이 기회가 누군가에는 제공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적 소외에 다름 아니다. 콘텐츠 접근성의 불균형은 세상을 분리한다. 오롯 플래닛은 분리된 세상을 연결하는 가교가 배리어프리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세상을 궁금하게 만들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다리가 되는 것, 장애가 문제 되지 않는 세상으로 장벽을 허물어 가는 것. 이 지향점이 유니버설디자인에 닿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배리어프리 자막 서비스의 힘은 더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넷플릭스가 청각장애인용 자막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사용자들이 배리어프리 자막을 제공하지 않는 타OTT 플랫폼에 다수의 의견을 보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배리어프리 자막이 마치 유니버설디자인의 대표 사례인 경사로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필수 도구가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배리어프리 자막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노년 인구를 위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난청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난청 문제에는 이제 더 이상 노년 인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난청 문제에 있어 청년 인구도 결코 적지 않다. 이는 곧 배리어프리 자막이 특정 대상을 위한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배리어프리 자막이 오로지 청각장애인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분들도 배리어프리 자막을 직접 경험한 뒤에는 상황에 따라 자막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더라. 배리어프리 자막은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본 서비스로 제공된다면 기꺼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결국 유니버설디자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회가 계속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아쉬움은 항상 발생한다. 누군가에게는 이롭더라도 누군가를 소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사회가 발 빠르게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사회 전반에 정착할 수 있도록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유니버설디자인 관점에서 시설, 서비스 등에 의문을 한번 갖기 시작하면,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게는 당연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다는 것 말이다. 이렇게 한 명, 한 명의 변화가 모이는 것이 곧 유니버설디자인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 믿는다.

손수연 UD기자단

다양성이 있는 곳에 안전함도 있다고 믿어요.
2023.
11. 29.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