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도 베를린의 시내버스는 2009년, 지상철은 2017년 모두 저상화되었다. 독일식 저상버스의 특징은 휠체어나 유아차의 진입과 회전이 용이하도록 버스 입구가 넓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 시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수동식 발판을 마련해 휠체어나 유아차가 오르고 내릴 때 버스 운전사가 아닌 승객들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버스 자체의 가로 폭이 넓어 휠체어와 유아차를 위한 좌석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평등한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접근으로 유니버설디자인을 구현했다.
프랑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툴루즈(Toulouse)에서는 문맹과 어린아이 등 글자를 잘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하철역 이름 옆에 해당 지하철을 상징하는 픽토그램을 함께 표시한다. 프랑스어를 모르는 외국인, 시력 저하로 글자를 알아보기 어려운 노인 역시 지하철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프랑스 국립 철도청은 교통약자와 시각장애인을 위해 서비스 이용의 모든 단계에 대한 정보안내서를 제공하고 있다.
시카고의 버스는 정류장에 진입할 때 버스 외부의 스피커를 통해 버스의 번호와 방향을 알린다. 또한 버스정류장 내의 버튼을 통해 버스 도착예정 시간을 알 수 있다. 버스정류장 왼쪽 기둥에 설치된 버튼에서는 삐 소리가 나는데, 저시력자 또는 시각장애인들은 이 소리를 통해 버튼의 정확한 위치를 유추할 수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버스 도착예정 시간 정보가 음성으로 제공된다.
서울시는 색약자를 위한 지하철 노선도를 제공한다. 이는 각 지하철 노선과 방향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이전 노선도에서 색상, 명도, 채도, 굵기 등을 조정한 것이다. 색약자에게 비슷한 색으로 보이는 2, 4, 7, 9호선에는 별도의 색 테두리를 넣고, 환승역에는 노선 색상과 번호를 모두 표기해 노선 확인과 환승 정보 인지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색을 통해 시인성을 높인 사례는 화장실과 환승 표지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자 화장실의 입구를 분홍색으로 칠하고, 남자 화장실 입구를 파랑색으로 칠해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각 노선의 색으로 환승 표지판을 칠해 환승 노선과 방향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이는 외국인과 저시력자와 같이 글자나 표지판을 바로 알아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또한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공식 지하철 애플리케이션 ‘또타지하철’에 교통약자 배너를 마련해 교통약자 서비스와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유니버설디자인’은 2000년경에 이르러 국내에 도입되었다. 그로부터 20년 후, 우리는 대중교통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앞서 소개한 유니버설디자인의 사례가 모든 대중교통에 적용되지 못했으며, 이 역시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의미하는 유니버설디자인. 지금으로부터 20년이 지난 미래엔 유니버설디자인이 대중교통, 나아가 모든 공공 서비스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그날을 기대하며, 유니버설디자인이 나날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충되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