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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유디 택시가 있다고?

양쪽 어깨가 흠뻑 젖을 만큼 폭우가 내리던 날, 고요한M 송민표 대표(이하 송 대표)를 만났다. 제법 긴 인터뷰가 이어졌음에도 빗줄기는 줄어들기는커녕 더 거세졌다. 쉽게 문밖을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송 대표가 로비로 내려왔 다. “비가 그칠 때까지 편히 있다 가셔요.” 자연스럽고도 기민하게 타인을 살피는 그의 따듯한 시선이 고요한M의 서비스에도 고스란히 묻어난 듯했다.
송 대표가 이끄는 고요한M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별 없이 운전 능력이 뛰어난 드라이버를 채용하고 국내 최초로 교통약자를 위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모두 어려움 없이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타인의 불편함에 귀 기울인 반가운 서비스다. 송 대표와 모두를 위한 가장 보편적인 서비스, 곧 유니버설디 자인을 반영한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요한M의 시작이 궁금해요.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AI 기술 발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지금도 크잖아요. 인간의 노동력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편이니까요. 오히려 저는 이 기술 발전의 틈새에서 새 일자리의 가능성을 봤어요. 국내외 사례를 찾아보던 중에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에는 청각 장애인 운전사가 있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죠. 아시다시피 장애인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주어지기가 쉽지 않은데, 우버라는 서비스는 어떻게 청각장애인을 채용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고, 연구해봤어요. 결국 기술 발전이 그 이유더라고요. 단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문제 해결은 호출 앱 사용이었어요. 앱을 통하면 승객의 목적지가 기사님에게 화면으로 전달되니 대화 등의 직접 소통 없이도 택시 운행이 가능하니까요. 그걸 보고 한국에서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죠.

서비스 준비 과정에서 맞닥뜨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당시 한국은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적었어요. 약 70%의 택시 이용자가 길에서 직접 택시를 잡았죠. 실정이 이러하니, 그동안 구상해왔던 앱 솔루션만으로는 서비스 론칭이 어렵겠더라고요. 앱 이용이 는다고 해도 기사와 승객의 직접 소통은 불가피하다는 부분도 깨닫게 됐죠. 해외에서는 비교적 필담 소통이 자연스러운 편이지만, 우리 문화에서는 어색한 소통 방식일 수 있기에 음성 인식 기능을 매개로 청각 장애인 기사와 승객의 소통을 해결하는 방향을 취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우리 서비스는 ‘고요한M 앱’을 탑재한 태블릿 PC 두 대를 차량에 설치해 필담과 음성 인식 기능을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최근에 추가한 서비스가 있나요?

고요한M과 차량 내 태블릿 PC에 수어 서비스를 새롭게 제공하고 있어요. 청각 장애인은 수어를 쓰는 분과 구어를 쓰는 분들로 나뉘는데요. 아무래도 언어 체계가 다르다 보니 수어를 쓰시는 분 중에는 문해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그래서 청각 장애인 기사님뿐만 아니라 청각 장애인 승객들을 위한 수어 아바타 기능을 통해, 화면 내 텍스트를 수어로 안내받을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기능을 추가했어요. 이렇게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계속 조금씩 발견하고 고민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있어 그들이 겪는 불편함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 같아요.

저는 ‘이해한다’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아요. 흔히 이야기하는 다양성 또는 포용성의 개념이 이해의 측면으로 읽힐 수 있는데, 저는 그저 몰랐던 부분을 채워나가는 과정 같아요. 최대한 다양한 분들의 관점을 담고자 노력한 결과가 고요한M이고요. 특히 저희 경우엔 청각 장애 기사님을 많이 접하다 보니 그들이 필요한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최대한 이용하시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일 뿐이었어요.

기사님과 불필요한 대화가 없다는 점에서 승객의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어요.

처음부터 고요한M의 장점으로 의도한 부분은 아니었어요. 택시 이용객들의 가장 큰 불만이 기사와의 불필요한 대화라는 통계 자료를 보고 나서야 뒤늦게 그 불편함을 알게 됐어요. 청각 장애인 기사님이 운전하는 고요한M 서비스 특성이 그 니즈와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장애 정도에 따라 말씀을 잘하시거나 수어와 구어를 각각 사용하시는 청각 장애인 분들도 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또 저희는 기사님과 승객의 소통을 잇는 서비스잖아요. 그래서 이 장점을 ‘조용한’이 아닌 ‘고요한’으로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고 승객분들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요한M을 청각 장애인 채용을 위한 서비스로만 바라봤는데, 이제는 모두를 위한 서비스로 이해돼요.

실제로 고요한M 기사분들이 모두 청각 장애인으로 구성된 건 아니에요. 장애인 기사님은 60%, 비장애인 기사님은 40% 정도 됩니다. 그렇다 보니 고요한M 차량에 탑재된 기존의 안전 기능들 또한 청각 장애인 기사님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운전하는 모든 드라이버를 위한 서비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 서비스를 스스로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은데요. 저희는 유니버설 모빌리티 플랫폼이라고 설명해드리고 있어요. 그 이유가 첫 번째로 고용의 측면인데요. 운전이 가능하고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모든 분을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고용하는 ‘포용적 고용’을 제안하고 있어요. 그리고 고객 관점에서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약자의 어려움에 눈높이를 맞춘 서비스가 가장 보편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 것 같아요.

맞아요. 노인이나 장애인, 교통 약자에게 초점을 맞추면 비장애인이 이용하기 편한 것들이 더 많아져요. 예를 들면, 계단 대신 슬로프를 만드는 것을 생각해볼까요? 비장애인도 각자의 상황에 맞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무거운 캐리어를 들거나 끌어야 하는 상황 등에서 요긴할 수 있죠. 휠체어를 사용하는 가족이 있다면 이런 환경 개선이 더 반가울 거고요. 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안내 데스크의 높이를 낮추면, 어린이 사용자들의 편의성이 확보되는 것도 좋은 예가 될 것 같아요. 그거 아세요? 최근 서울시 중위 연령(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해당 연령)이 40대가 넘었대요. 젊은 층보다 5~60대가 더 많다는 이야기죠.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장애 인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사회는 젊은 세대와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요. 이제는 보다 5~60대에게 초점을 맞춰야 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에게 필요한 유니버설디자인이 더욱 필요한 사회가 된 거죠.

유니버설디자인 도입을 고민하는 다양한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가 드릴 말씀이 있을까요.(웃음) 그럼에도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본인과 주변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해오셨던 것을 조금만 확장해보세요. 인구 연령층과 다양성에 대한 욕구가 더욱 복잡해진 만큼, 모든 이용자 측면을 고려하는 유니버설디자인 마인드가 모든 영역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는 공공의 측면에서도 좋을 뿐 아니라 본인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더 많은 사람을 고려하는 시도가 결국 자기만의 독보적인 강점을 갖게 할 테니까요.

박현아 UD기자단

다 같이 잘 살고 잘 죽는 법을 질문하고 글 씁니다.
2023.
07. 27.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