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놀이터란 장애·비장애아동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장애물 없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말한다. 이때 통합은 장애와 비장애의 사회적 통합을 의미한다.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놀이터에서 놀며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도움 없이 장애 아동의 고유 행동으로 놀이에 참여할 수 있는, 비장애아동의 발달 정도에 따라 모두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모두를 포용하는 환경을 지향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만을 위한 특별한 디자인이 아닌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전국 놀이터 4만 2,973곳 중 통합놀이터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일반 놀이터는 비장애아동이 놀이터를 사용한다는 전제 없이 비장애아동을 기준으로 놀이 기구를 제작했기 때문에 장애 아동은 물리적으로 놀이터의 접근성이 떨어져 놀이 기구를 전혀 이용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거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놀이터는 아동과 보호자에게 즐거움과 쉼을 누리고 다양한 교류를 맺을 수 있는 일상적 공간이지만 장애아동과 그 보호자에겐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법안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법은 장애 아동이 탈 수 있는 놀이 기구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 관리법의 안전기준과 장애인 등 편의법의 시설 기준이 달라 장애 아동이 탈 수 있는 놀이 기구를 일반 놀이터에 설치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모든 아동의 놀 권리를 위해서는 모든 아동의 안전을 전제로 한 하나의 안전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 확산과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지만 모든 아동의 안전을 고려한 통합놀이터를 발견할 수 있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너와 나 우리 모두의 놀이터’다. 영등포구가 주최한 ‘2018 영등포 열린 공론장’에서 기존 놀이터는 장애 아동들이 이용하기 어려워 또래 아이들과 관계 형성이 어렵고, 몸이 불편한 아동들이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이 부족하다는 구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너와 나 우리 모두의 놀이터’를 조성하게 됐다고 한다. 주요 놀이 기구는 휠체어 이용 가능한 ‘회전 놀이대’와, 몸이 불편한 어린이도 이용할 수 있는 ‘바구니 그네’가 있다.
회전 놀이대는 단차 없이 회전무대와 바닥이 붙어 있고 공간이 널찍해 휠체어와 유모차가 들어갈 수 있다. 바구니 그네는 바닥의 면이 두꺼운 망으로 만들어지고 넓고 오목해 몸을 가누기 힘든 아동이 누워서 타거나 보호자와 함께 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또한 바닥은 탄성 포장을 해 안전성을 도모했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 아동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바닥의 턱을 없애고 계단 대신 경사로를 설치했다.
통합놀이터는 놀이터의 놀이 기구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휴식 및 편의시설 등 전체 놀이터 공간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고 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 공간에는 수유실, 다목적 화장실, 독서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도를 통해 점자와 음성 안내로 공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동네 놀이터에서 마주하는 서로의 다름
통합놀이터가 특별하고 보기 드문 놀이터가 아닌 당연한 놀이터가 된다면, 그 놀이터에서 모든 어린이가 안전하고 차별 없이 함께 놀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통합놀이터가 우리 일상 가까이에 많이 생기게 된다면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장애 아동과 동행한 비장애 가족, 비장애아동과 동행한 장애인 가족이 한 공간에서 함께 어울리며 서로의 다름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함으로써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한 공간 안에서 아동과 노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내국인과 외국인 등 나와 다른 다양한 이웃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현실을 묻는다. 통합놀이터가 다양한 이웃을 만나고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