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횡단’은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문주 씨의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 영화다. 14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장애인 이동권 등 장애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영화는 김문주 씨가 장애인으로서 겪는 차별과 한계의 일상을 담담히 따라간다. 그가 마주하는 현실의 강퍅함에 서서히 압도되다가, 영화 끝에 장애인 이동권 시위 장면에 이르게 되면 참담함에 말문이 막힌다. 올해 여러 차례 있었던 장애인 이동권 시위와 겹치면서 당사자가 아닌 이들, 그러니까 ‘나’로 출발한 그 비정함에 대해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인간이라면 응당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누군가에겐 ‘대륙횡단’이라는 말을 떠올릴 만큼 거대하고 막막한 일이라니. 영화가 상영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에 이 제목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다행히 지난 20년 동안 장애인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더 작아지지는 않았다. 과거에 비해 개선된 부분들이 있다는 말이다. 대중교통 이용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저상버스 도입이다. 아직 서울시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인 것은 아니지만, 2025년까지 100% 저상버스 보급을 목표로 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물론 이는 버스라는 대중교통 수단의 모든 면을 포괄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
지하철의 경우는 어떨까. 교통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진입 시스템은 단연 ‘엘리베이터’다. 2022년 3월 기준,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지하철역 중 역당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역은 전체 93.6%다. 서울시는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타인의 도움 없이 엘리베이터로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사업을 ‘1역사 1동선’이라고 부른다. 2023년 6월 기준, 337개 역 중 ‘1역사 1동선’이 확보된 역은 총 320개로, 95%에 달한다.
1역사 1동선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좋은 사례로는 2호선 용답역을 들 수 있다. 2호선 용답역은 신설동과 성수역을 연결하는 성수지선에 속한 역이다. 신설동행 방면 엘리베이터는 있지만, 성수역 방면 승강장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상당히 불편했다. 그러나 최근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열차 선로 위에 육교를 설치해 이와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역사가 좁아 엘리베이터를 만들 공간이 없자 외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동선을 확보한 사례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북아현동에 설치된 경사형 엘리베이터도 있다. 지난 2월에 설치된 이 엘리베이터는 장애인과 교통약자의 보행권을 향상시킨 좋은 사례다. 제16회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을 받은 이 엘리베이터는 비탈길을 오르는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경사로 이동을 포함한 지하철역 이동 거리를 400m에서 200m로 줄였다.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유니버설디자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다.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 유무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불편한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접근성을 개선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1역사 1동선 사업, 저상버스 보급률 확대, 경사형 엘리베이터 모두 유니버설디자인 사례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 이동은 가능하지만, 이동 편의성의 불균형은 여전히 크다.
20년 전에 제작된 〈여섯 개의 시선〉을 보며, 그때보다 나은 오늘에 다행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구체적으로 어떤 숙제가 남아 있는지 포착해낼 수 있어야 함을 깨닫는다. 지금으로부터 20년 후는 지금의 한계를 극복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니버설디자인적 마인드로 거듭날 우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