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살펴볼 곳은 안산 자락길이다. 안산 자락길은 지난 2013년 조성된 전국 최초의 순환형 무장애 숲길로,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등의 보행약자, 휠체어, 유모차까지도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경사도가 9도 미만인 완만한 나무 덱길이 특징이다. 총길이 7km의 안산 자락길은 독립문역, 서대문구청, 홍제역 인근에서 모두 올라갈 수 있는데, 가장 완만한 길은 서대문구청 뒤편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안산 자락길은 안산이라는 작은 산을 둘러싼 형태로, 봄에는 봄꽃이 사람들을 반긴다. 여름에는 울창한 푸른 나무들이, 가을에는 단풍과 은행이 울긋불긋 피어난다. 대부분의 숲길이 휠체어와 유모차가 진입하기 어려운데, 안산 자락길은 시작부터 완만한 덱길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더불어 배려가 돋보이는 길이다. 휠체어를 충전할 수 있는 휠체어 충전기와 경사로 구간에는 나무로 만든 벤치가 조성돼 있다. 숨이 가쁘거나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다. 또한 안심 화장실과 위치 알림판이 설치돼 있어 위급 상황 시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안산 자락길은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숲길의 시초로, 이후 수많은 무장애 숲길의 모델이 됐다. 안산 자락길을 따라 홍제역 방향으로 걸으면, 폐허에 가까웠던 공간이 주민을 위한 공원과 놀이터로 재탄생한 곳에 이르게 된다. 바로 제1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작 ‘신기한 놀이터’다.
신기한 놀이터는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해 있으며, 40년 넘게 쓰레기로 뒤덮인 공간이었다. 약 700t 넘는 나무 폐기물이 방치된 이곳을 드디어 서대문구청이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공원 만들기에 착수했다. 공원 조성에 앞서 주민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특별히 어린아이들에게 직접 공원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모든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산책로를 마련해 같이의 ‘가치’를 공원에 새겼다.
신기한 놀이터는 ’떼굴떼굴 놀이터’와 ‘야호야호 놀이터’로 구성된다. 공원 입구에 조성된 떼굴떼굴 놀이터는 주로 영유아를 위한 공간이다. 언덕 미끄럼틀과 유아용 오아시스, 모래놀이 탁자 등 고운 모래 위에 놀이기구를 설치해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이고자 했다. 청결한 모래 관리를 위해 이용 시간은 제한되면, 소꿉놀이 장난감은 떼굴떼굴 놀이터 맞은편 관리사무실에서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떼굴떼굴 놀이터에 시간 제약이 있어 아쉽다면, 야호야호 놀이터에서 놀면 된다. 야호야호 놀이터는 보다 역동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놀이기구가 많았다. 먼저, 대형 미끄럼틀인 모험 슬라이드는 약 10m 높이로 제작되었고, 착지 시 안전사고를 위해 고운 모래에 안착되도록 설계됐다.
다시 올라가서 가장 높은 부분을 보면 두 개의 놀이기구가 보인다. 하나는 길이 25m의 집라인과 8m 높이의 스페이스 네트다. 25m의 집라인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이용하기에 안전했고, 스페이스 네트는 양손과 양발을 사용해 전신 운동을 활발히 하는 데 유익했다.
안전을 위한 가로등은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관리사무소 옆 화장실은 ‘안심화장실(즉시 신고가 가능한 비상벨 및 불법 촬영 차단 시설물이 설치된 화장실)’로 관리되고 있다. 긴급 상황 시 비상벨을 누르면 관할 경찰서인 서대문경찰서에서 바로 출동한다.
서대문구 내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곳들을 직접 다녀왔다. 안산 자락길과 신기한 놀이터는 지역 사회에 신선한 변화를 주었다. 누구나 산을 즐길 수 있게 숲길을 조성하고, 버려진 공간에 주민의 사랑방으로 공원을 만든 것은 모두 유니버설디자인으로부터 출발한 변화다. 더 많은 곳에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되길 기대한다.